10분 리뷰

인사이트10분 리뷰

뇌가 바뀌면 내가 바뀐다 | 이인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

By KMA 2025년 01월 08일

kakao facebook twitter url


[KMA 리더스포럼뇌가 바뀌면 내가 바뀐다 | 이인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

 

 

 

 

 

뇌가 바뀌면 내가 바뀐다

 

이인아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교수

   

  

 

들어가며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전통적인 리더의 상이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세대별로, 경험한 세상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세상을 보는 관점들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상호 간의 이해는 물론 갈등하는 상황마저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때문에 오늘날 리더에게 나와 다름을 존중하는 마음과 집단의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제 198회 KMA 리더스포럼에서 서울대학교 뇌인지과학과 이인아 교수는 세상을 맥락적으로 모델링하는 우리 뇌의 학습 방식에서 이 시대에 필요한 리더상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뇌 과학 측면에서 바라본 뇌 학습과 리더와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요?

 

 

▲ 제 198회 KMA 리더스포럼 

 

   

   

   

우리는 모두 다 다른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보고 느끼고 있는 세상은 진짜일까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 세상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뇌 과학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우리 모두 다 각자의 세상을 살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의 뇌는 두개골 안에 들어있습니다. 세상의 빛과 색, 소리를 뇌는 직접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커튼이 쳐진 방 안에 갇혀 전화를 통해 세상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습니다. 신체 감각기관에 의존해 세상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뇌는 감각기관이 제공한 한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그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것이죠.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각 스펙트럼의 범위는 곤충들보다 적을뿐더러 개인별 감각기관의 기능 정도의 차이, 개인이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바깥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은 상이합니다.

   

   

   

뇌는 디테일이 떨어지며 맥락으로 인지합니다


 

Context Learning, 우리의 뇌는 맥락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뇌는 기계와는 달라서 디테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데요. 물론 디테일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뇌도 있지만 드문 경우이고 보통의 뇌는 맥락적으로 학습하게 됩니다. 

맥락이라는 단어가 조금 애매하고 추상적인 느낌을 주어 ‘뇌 속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를 설명할 때 정원에 비유해 설명해 드리고는 합니다. 

 

 

정원을 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뇌세포가 나무처럼 생겼기 때문입니다. 또, 뇌세포는 정원의 각지각색 나무들처럼 다양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뇌세포들은 서로 연결되어 숲을 이루고 있는 듯이 보이죠.

 

여러분에게 질문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원이란 무엇인가요?”

   

나무가 많고 그 장소에 있으면 기분이 좋고 좀 아름답고… 아마 많은 분들이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됩니다.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이것이 정원인지, 정원이 아닌지는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열대우림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을 정원이라 하지 않고 정글에 가깝다고 여기고 사막같이 보이는 곳에 여러 개의 선인장이 조화의 멋을 내고 있다면 사막정원이라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정원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지만 디테일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 뇌는 맥락적으로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맥락의 형성 : 감각을 통해 지각하다


 

우리의 뇌는 맥락으로 이해하려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속성을 가지게 된 이유는, 우리의 뇌가 모든 것을 다 보고 ‘그것이 무엇이다’ 판단하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습니다. 상술했듯 두개골 안에 있는 뇌는 감각기관에 의지해 바깥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인간이 감각할 수 있는 빛과 색, 소리의 스펙트럼은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감각기관에 의해 샘플링 된 정보들로 ‘이것은 이럴 것이다’라고 맥락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죠. 

또 실제로 모든 것을 경험하기엔 시간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교육이란 것을 통해 정보를 보충하기도 하는데요. 세계에 있는 모든 사과의 모양과 색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붉고 둥근 과육’이 사과라고 교육받은 순간, 그와 비슷한 것들을 사과라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이 작용이 가능한 이유는 뇌가 디테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맥락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경험 : 맥락적 모델을 정교하게 하다


 

뇌는 엄마 뱃속에서 나오자마자 세상에 대한 모델링을 시작하는데 갖고 태어난 1000억 개의 뉴런을 800억 개로 가지치기 해가며 ‘발달’이라는 것을 합니다. 아기가 물건을 입에 넣고 여기저기 기어다니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모델링을 빠르게 하기 위함인데요. 인간에게 세상에 대한 모델이 없다는 것은 생존에 굉장히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최대한 빠르게 세상을 탐구하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 뇌의 학습 욕구(모델링에 대한 욕구)는 나이에 반비례합니다. 나이가 어리면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데요. 보다 정교한 모델링과 맥락 형성을 위해 뇌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갈구합니다. 반면 나이가 들면 세상에 대한 모델링이 어느 정도 구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호기심도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 모델링에 디테일 더하기

① 경험을 늘려라 

프로 운동선수들의 퍼포먼스가 노련한 이유는 다양한 상황에서 같은 퍼포먼스를 수도 없이 해왔기 때문입니다. 많은 실전과 훈련 경험은 처음 겪게 될 돌발 변수에도 어느 정도 차분히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② 들어온 정보가 밖으로 나오게 하라

들어온 정보를 활용하고 써먹어야 우리의 뇌는 오래 기억합니다. 들은 내용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글을 메모했을 때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었지 않았나요? 때론 전기 전기공학과생보다 로봇 동아리원이 전기 회로를 더 잘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몸으로 부딪치며 배우는 실습 경험이 많은 뇌일수록 오래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경험 : 맥락적 모델을 수정하다


 

감각기관을 통한 경험으로 뇌가 ‘새로운 것’을 발견했을 때 정보에 대한 모델링이 수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물원을 한 번만 가본 사람인데, 동물원의 동물이 별로 없었거나 시설이 별로였다면 그 사람은 ‘동물원’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그곳에서의 기억만을 떠올릴 것입니다. 여러 동물원을 다닌 사람은 ‘동물원’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전자보다 볼거리가 많은 동물원에 가 있을 겁니다.  동물원을 한 번만 가본 사람에 비해 여러 번 가본 사람의 ‘동물원’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뇌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정보와 차이가 없다면 모델에 수정이 일어나지 않지만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는 순간, 뇌는 그것을 바로 수정합니다.

 

   

 

뇌과학에서 발견한 리더상 


 

뇌는 앞서의 방식으로, 맥락적 모델을 모델링합니다. 이로써 개인마다 각자의 정원이 있고 맥락을 가지게 됩니다. 개인이 모인 조직은 다양한 맥락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되죠. 리더는 이 다양한 맥락들을 한데 묶어낼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야 합니다. 

일상에서 맥락적 일치를 이룬 사례를 보면, 한일전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상대가 일본이라면 그 어느 대결도 져서는 안 된다’라는 맥락적 일치를 이루고 있죠. 이처럼 맥락적 일치가 이뤄졌을 때 리더는 한 방향으로 여러 사람을 리드하기 편해집니다. 

 

 

 

맥락적 일치를 이루는 리더십 스타일 2가지


 

음악 장르에 빗대어 맥락적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① 클래식 오케스트라 리더십

악보라는 하나의 맥락을 두고 수많은 악기들이 한 몸처럼 연주됩니다. 지휘자에 의한 약간의 변주만 있을 뿐, 기계적으로 움직이며 하나의 하모니를 완성해내는데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개인 자유도가 크지 않으며 흐트러짐없이 하나의 맥락을 향해 나아가는 방식입니다.

자유도가 낮아 오늘날 선호 받는 리더십은 아니지만 이러한 리더십이 필요한 산업이 있습니다. 중공업과 같이, 한순간의 실수가 큰 사고로 직결되는 산업들에서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② 재즈밴드 리더십

재즈밴드의 재즈음악은 연주될 때마다 멜로디의 느낌이 랜덤합니다. 모두가 같은 악보를 보고 같은 음악을 연주함에는 틀림없지만 연주될 때마다 다른 맛이 나죠. 하나의 맥락을 공유하지만 그 안에서의 밴드원의 자유도를 보장하기 때문인데요. ‘A코드만 벗어나지 말자’ 정도의 큰 틀만 정해두고 연주하는 동안 본인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놔두죠. 개인의 개성을 조금 더 중시하는 리더십이기에 요즘 세대에게 선호 받을 만한 리더십이라 생각됩니다.

 

 

 

마무리하며


  

리더십에 스타일만 있을 뿐 정답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묶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훌륭한 리더십이라고 생각됩니다. 생각과 관점들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관점과 의견이 많아질수록 각 개인의 디테일을 고려하는 리더십은 한계에 부딪칠지 모릅니다. 뇌 과학을 통해 본 맥락을 관리하는 리더십이 어쩌면 오늘날에 어울리는 리더십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첨부파일

최근 10분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