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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 | 손진석 조선일보 기자

By KMA 2025년 0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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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A 최고경영자조찬회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 | 손진석 조선일보 기자

* 이번 10분 리뷰는 연사의 요청으로 인해 영상이 공개되지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

 

손진석 조선일보 기자

 

 

 

 

 

 

들어가며

  

미국과 유럽, 한 때 서구사회의 양대 축이라 불렸던 세력입니다. 그런데 서구사회를 지탱하던 두 개의 기둥 중 하나인 유럽은 주저앉았고, 다른 하나인 미국은 여전히 번영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불과 몇십 년 만에 이러한 차이가 왜 나타난 것일까요? 제616회 최고경영자조찬회에서는 유럽에서 다년간 특파원 생활을 한 손진석 조선일보 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 문제를 파헤쳐봅니다. 

   제616회 KMA 최고경영자조찬회

 

 

 

미국과 유럽 사이 점점 벌어지는 경제적 격차

 

우리는 흔히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면 미국이 보다 더 잘 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통념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50개 주() 각각과 유럽 대륙 전체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국 50개 주와 유럽의 경제력 순위를 쭉 줄 세운다면 당연히 유럽이 1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놀랍게도 아닙니다. 유럽은 하위권, 그것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럽을 하나의 미국 주라고 가정한다면 50개 중 49위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도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겠죠.

 

지난 30년간 미국은 세계 GDP의 1/4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고, 이 비중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 커졌습니다. 금융위기 즈음 미국과 유럽의 운명을 가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아이폰의 등장과 모바일 전환일 것입니다. 2007년 처음 시장에 공개된 아이폰은 미국 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오며 미국 내 모바일 전환을 촉진시켰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달리 유럽은 이러한 모바일 전환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죠. 그 결과, 유럽 5대국(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은 90년대 초, 경제력이 전세계의 1/4 수준에 달했지만 현재는 그 절반인 1/8에 불과합니다.

 

EU의 대표적인 경제강국인 독일의 경우 작년(2023년)에는 아예 역성장을 했고, 올해(2024년)는 제로성장을 하였습니다. 이 독일이 유로존에 차지하는 비중이 인구로는 1/5, 경제규모로는 1/4임을 감안하면 유럽 전체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제상황이 악화되었음을 의미하는 징표는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해피아워스 마켓을 이용하는 고객층이 중산층까지 확산되었다는 것입니다. 해피아워스 마켓이란 유통기간이 끝나기 직전의 음식물을 사와서 싸게 파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식자재마트가 영업 종료하기 한 시간 전부터 ‘떨이’로 식료품을 파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이 해피아워스 마켓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저소득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나 교사 같은 중산층에서도 자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유럽인들의 구매력이 이전보다 현저하게 떨어졌음을 의미하죠. 또한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먹는데 쓰는 비용이 2020년 이후 4년 내리 줄어들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저성장을 오래 겪고 있는 일본에서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유럽 단일 자본시장을 만들자?

 

10조 유로, 한화로 약 1경5천조원에 해당하는 이 막대한 금액은 바로 유럽인들의 예·적금 통장 안에 잠들어 있는 돈의 액수입니다. 지금 유럽에서는 이 막대한 규모의 돈이 기업들에게 흘러 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보통 자본시장, 예컨대 주식시장 등에서 자금을 얻어 기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대다수의 유럽 기업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기업을 운영합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지만 신생 테크 기업들에게는 치명적인 족쇄로 작용합니다. 잠재력과 기술력을 보고 투자하는 자본시장과 달리, 은행은 상환능력과 담보를 보고 대출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신생 기업들이 은행이 만족할 만한 상환능력과 담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겠죠. 이런 이유 때문에 EU 집행위원회에서는 유럽 단일 자본시장을 만들어서 미국의 나스닥처럼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단일 자본시장의 첫 단계로 단일 금융상품을 만들자고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유럽 어디에서나 같은 이율이 적용되는 예금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죠.

 

흔히들 경제에서는 굴리는 돈의 규모가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합니다. 돈의 규모는 평소 국민들이 어떻게 금융자산을 불리느냐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같은 경우 기업들이 개인의 연금계좌에 돈을 넣어주면 개인들이 각자 알아서 그 돈을 굴려서 수익을 냅니다. 자연스레 돈이 금융시장에서 돌게 되는 거죠. 반면 일본, 영국, 독일 등은 이러한 비율이 굉장히 낮은 편입니다. 런던이 ‘금융의 허브’라고 불릴 만큼, 영국은 금융의 비중이 큰 나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국의 금융시장은 개인이 아닌 기관투자자에 의해 주도됩니다. 즉, 유럽에서는 일반 국민들의 자산이 금융시장에 투입되어 자연스레 불어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적금통장에 잠들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60 파운드, 한화로 약 47만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많다고 하면 많은 금액이고, 적다고 하면 적은 금액이죠. 하지만 이 금액이 한 달 전기세라고 생각하면 적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이 260 파운드는 영국에 주재하는 한국인이 런던에서 지불한 한 달 전기요금입니다. 독일과 영국의 전기요금은 같은 양을 사용했다고 가정할 시 중국의 5배, 한국의 3배, 미국의 2배에 달합니다. 왜 유럽에서는 전기요금이 이렇게 비싼 것일까요? 답은 원자력 발전에 있습니다. 독일은 이미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포기한 상태이고 영국 역시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점점 줄이고 풍력 발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0년대 들어서 바람이 필요한만큼 불지 않으니 전기 공급 역시 줄어든 것입니다.

 

전기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은 국민들이 감당할 전기요금이 상승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요즘 같은 AI 시대에 전기 공급의 부족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AI를 개발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전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은 미래 먹거리 산업 중 하나인 AI마저 위기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한편, 원전을 포기한 독일은 부족한 에너지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면서 위기를 타개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에너지를 외국에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것을 독일 관료들도 잘 알았을 텐데, 왜 독일은 전쟁 이전까지 러시아에 에너지 공급을 의지했을까요? 사실,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을 촉진시킬수록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로 거두어들이는 돈에 만족하고 더 이상 서진을 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러시아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은 환경 측면에서도, 안보 측면에서도 합당한 선택지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러우 전쟁이 발발하면서 독일의 이런 기대는 무너져버렸고, 독일은 에너지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독일의 사례는 국가든 기업이든 간에 리스크 분산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워줍니다.

※ 서진 : 서쪽으로 진격함 

 

 

 

마무리하며 

 

2차대전 이후 ‘제1세계’라 불리며 지구촌에서 가장 부유한 세력으로 일컬어졌던 미국과 유럽의 운명은 언제부터 달라졌을까요? 이 원인을 아는 것은 1세계의 막차를 탄 한국에게도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과거 개발도상국일 때와 달리, 선진국의 반열에 진입한 한국은 이제 최상위권 국가들을 바라보며 국가전략을 기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12월 최고경영자조찬회를 통해 국가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인 여러분이 새로운 깨달음을 얻으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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